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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 동안 게임해야 합니다.” 게임 디자이너이자 교수인 제인 맥고니걸이 TED 강연(www.ted.com/talks/lang/kor/jane_mcgonigal_gaming_can_make_a_better_world.html)에서 한 말이다. 얼핏 들으면 허황된 말 같다. 무슨 뜻인지 쉽게 전달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강연을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맥고니걸은 “10년 동안 온라인게임을 만들어 왔는데, 다음 10년의 목표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구하는 것이 온라인게임에서 세상을 구하는 것만큼 쉽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크고 좋은 게임을 많이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고니걸에 따르면 세계에서 사람들은 주당 30억시간을 온라인게임에 소비한다. 하지만 기아, 빈곤, 기후 변화, 국제 갈등, 비만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10년 동안 주당 210억시간을 게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게이머들의 능력을 답으로 제시했다. 맥고니걸은 “게이머들은 게임에 있을 때 최고의 모습을 보인다”면서 “주저 없이 남을 돕고, 끈기 있게 문제에 집중하고, 실패해도 일어나 다시 시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실에서는 게임만큼 잘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실패와 장애물 앞에서는 쩔쩔맨다”며 “게임의 감정을 가져와 실제에 적용하면, 전례 없는 인적자원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한 가지 답은 세상을 바꾸는 게임을 만들라는 것이다. '석유 없는 세계'라는 게임을 한 사람들을 3년간 추적한 결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게임 내 습관이 현실로 이어졌다. 또 인류 멸망이 23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가상현실을 제시한 '슈퍼 스트럭트'라는 게임을 한 이용자들은 에너지, 식량, 건강, 안보, 사회보장망에 대해 500가지의 창조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맥고니걸은 “놀라운 능력을 가진 게이머가 있고, 우리가 할 것을 시험하는 게임들도 있다”면서 “게이머들은 실제 세계의 일에 이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고, 게임은 변화를 일으킬 강력한 발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10년을 바라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어떤 미래든 만들 수 있고, 우리가 원하는 어떤 게임이든 할 수 있다는 두 가지는 확실하다”며 “세상을 바꾸는 게임을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 출처 : etnews
얼마 전 인기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출연자들 간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소재로 등장했다. 당시 담당PD는 '별 한심한 촬영을 한다'는 말을 했고, 출연자들은 '진짜 한심해 보일 것 같다' 등의 말로 동조했다. 게임 진행 중에는 자막을 통해 게임에 열중한 출연자를 '정상이 아니다' '미친 것 같다' 등으로 표현했다.
1박2일에서 나타난 사례는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과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상으로서의 게임은 친구들 간에 함께하는 놀이의 하나다. 때로는 농구나 족구처럼 내기의 한 종목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게임에 대한 인식은 '수준 낮은(정상이 아닌)' 사람들이 즐기는 '한심한' 놀이 정도로 치부된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보니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조차도 떳떳하지 못하다. 1박2일 멤버들처럼 스스로 '한심해 보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방송이 나간 뒤 반응은 다양했다. 게임을 비하해서 불쾌했다는 반응도 있었고, 방송에서 보여준 것처럼 게임이나 촬영해서 한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게임문화 현실은 어떨까. 국내 전체 게임 이용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인구 5000만명 중 3000만명 이상은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NHN 한게임, 서든어택 등 인기게임은 회원 수만 3000만명이 넘는다. 2000만명이 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도 대부분 게임을 즐긴다.
게임을 즐기는 3000만명이 수준 낮은 것도 아니다. 5000만 인구 중 3000만명이라면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들이다. 10대에게 게임은 일상이나 다름없다. 10대의 90% 이상이 게임을 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20대에게도 게임은 익숙한 놀이다. 대부분 게임을 하며 자란 세대고, 친구들과 모여 함께 게임하는 것 역시 놀이문화의 하나다. 온라인게임으로 새로운 친구도 만난다. 30·40대에게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취미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출퇴근길에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다.
부정적인 인식을 벗지 못했지만 이미 게임은 영화나 만화처럼 누구나 즐기는 문화가 됐다.
바꿔 말하면 이제 우리 사회도 게임을 있는 그대로의 문화로 인정해야 할 때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다 보니 게임에 대한 왜곡된 인식만 커진다. 각종 사건 사고에서 게임이 관련되는 순간 게임은 그 사고의 원인처럼 지목된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의 경우 옷이나 신발을 뺏으면 폭력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게임 아이템을 빼앗으면 게임 중독으로 몰아간다. 똑같은 절도행위도 유흥비 마련을 위한 것과 게임비 마련을 위한 것은 다르게 인식한다. 이때도 게임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은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안 된다. 게임이 사고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를 판단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게임만 탓하는 오류가 생긴다.
최근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에서도 이런 오류는 반복됐다. 대부분의 언론마저도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몰아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대책의 일환으로 게임 규제를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서 게임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나타난 여러 가지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최근 최관호 게임산업협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들 중 학교 공부를 멀리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들이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들일 가능성은 있다”면서 “이걸 가지고 게임중독이라고 부르거나, 게임중독이 원인이 되어서 학교폭력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억측”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흥비, 시험·숙제, 유행하는 외투가 학교폭력의 원인이 아니듯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일일 수 있다”면서 “단편적인 처방보다는 사회 전반이 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 출처 : e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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