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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8.09
“후우, 후우….”
숨이 거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방금 전까지 엄청난 무리의 ‘녀석’들에게 쫓기고 있었으니까. 엄청 뛰기는 했지만 마침 내리는 비가 몸의 열을 식혀준다.
소녀의 티를 벗어던지고 이제는 숙녀라는 것을 과시하듯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이 가쁜 숨과 함께 움직인다.
“소리를 죽여야 하는데….”
하며 침을 삼킨다.
“으어어~”
왔다. 그녀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던 ‘녀석들’중 한 녀석이다. 그 많던 녀석들 중 한 녀석만 그녀를 끝까지 쫓자왔다. 나머지 녀석들은 다른 목표를 찾은 것일까.
천천히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춘다. 양손으로 홀드하고 있는 데져트 이글을 눈앞까지 들어올린다.
지금은 특수 전투배낭에 매달려있는 자신 전용의 어썰트 라이플이나 스나이퍼 라이플을 쓸 수 없다. 사용했다가는 그녀의 위치가 녀석들에게 노출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지금은 어썰트 라이플도 스나이퍼 라이플도 잔탄이 없다. 갑자기 몰려온 녀석들에게 도망치기 전 자신이 소속된 분대원들과 함께 치열한 교전을 벌인 결과다.
조심스럽게 탄창 멈치를 눌러 그립에 수납되어있던 탄창을 조심스럽게 꺼내 탄환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한다. 탄창에 일정한 간격으로 난 작은 구멍으로 탄환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 할 수 있다.
‘이글’에 남은 탄환은 네 발.
한 녀석을 골로 보내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격발음을 듣고 주위에 있던 녀석들이 모여 들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비용이 좀 많이 들어갔지만 커스텀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 할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다행이다.’
보통의 데저트 이글이라는 피스톨은 배럴이 슬라이드 안으로 들어가 있지만 그녀의 이글은 그녀 취향의 커스텀으로 인해 배럴이 길어서 슬라이드 밖으로 조금 튀어나와 있다. 그 덕분에….
조심스럽게 이글의 레그 홀스터에 추가로 달려있는 작은 주머니에서 소음기를 꺼내 이글에 장착한다. 그리곤 살짝 얼굴을 내밀어 녀석의 위치와 움직임을 확인한다.
다행이도 녀석은 그녀를 눈치체지 못하고 지나가 그녀와 약 7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다.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녀석의 뒷목을 겨눈다.
오른손 검지에 조금씩 힘을 줘 방아쇠를 조금씩, 천천히 당긴다.
검지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나자 그녀는 검지에 남은 힘을 준다.
- 퓩! 퓩!
2025년 인류는 지금까지 없었던 사상최대, 최악의 위기를 맡게 된다.
어느 나라의 누구의 짓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의 원자력 발전소의 메인 컴퓨터를 해킹, 원자로를 폭주시켜 일제히 폭파시켜버렸다. 하지만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방사능 유출 대책을 세워놓았기에 처음에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대책도 무용지물이 되어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지구를 뒤덮기 시작했다.
각 나라 정부는 사람의 신체가 방사능에 버틸 수 있도록 해 주는 약품을 최대한 빠르게 양산해서 국민들에게 배포했다. 하지만 그 약품은 한 가지 부작용이 있었는데, 약품이 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마치 한센병에 걸린 것처럼 살이 문드러지고 썩어버려 끝내 사망에 이르렀다.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사망. 그리고 약품에 의한 사망으로 일전에 약 75억에 이르렀던 전 세계 인류는 2030년에 이르러서는 약 15억 명까지 줄어버렸다.
실은 이렇게까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사람’으로서 생존한 사람이 약 15억 명이라는 것이다.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멀쩡하게 ‘사람’으로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이 있던 것이다.
그들은 방사능에 의해 변이를 일으켰고, 도저히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그 때문인지 ‘녀석들’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무려 감염을 시켰다. 거기다 자기들끼리는 동족인양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공격했다.
이러한 상황에 UN은 감염자들을 ‘바이오컨버터’- 줄여서 ‘바이컨(Bicon) -라고 명명하였고, 백신 화 된 약품을 맞고도 정상인 사람들 중에서 인류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주장으로 군인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용기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원을 했지만 강도 높은 훈련으로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은 늘어만 갔고, 끝까지 남은 사람들은 정말 적은 수였다.
1개 중대 정도의 인원이 이 훈련을 수료했고, 이 인원은 ‘ANT중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래 중대는 10명에서 12명의 한 개 분대가 네 분대가 모여 한 소대를 이루고, 네 개 소대가 모여 한 개 중대를 이루는 것이지만 이들은 정규군에 비해 인원이 적었기 때문에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정규군과는 명령체계가 구별된다.
거기다 팀원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루었기에 팀마다 인원도 달랐다.
이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의 종류에 따라 병과가 갈라졌는데 가장 있기 있는 병과가 ‘어썰트 라이플’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전투병과.
기동성을 살려 가벼운 ‘서브머신 건’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돌격 ․ 정찰병과.
가장 인기가 없으면서 꽤 많은 장비 소지로 인해 기동성은 조금 저하 될지는 모르지만 가장 행동범위가 넓으면서 공격범위가 가장 긴 ‘스나이퍼 라이플’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지원병과.
크게는 이렇게 세 가지 병과로 나뉘어져있지만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 주 무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여러 역할을 소화한다.
정규군과 전혀 다른 장비들과 전투복을 사용하며, 정규군과는 달리 각지에 파견되어 임무들을 수행한다.
나이, 계급에 상관없이 서로를 칭할 때는 ‘- 님.’으로 서로가 서로를 높여주는 것이 기본으로 되어있다.
뭐, 친한 사이인 경우에는 다르지만 말이다.
그렇게 세상은 나이어린 사람들에게까지 호신용으로 권총 한 자루씩은 꼭 몸에 지니고 다니게 만들었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절대로 예상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팀원이 바이컨에게 당했다. 끝까지 살아남은 것은 ANT에서 얼마 없다던 지원병과에 자원했던 자신 뿐 이다.
바이컨 하나를 마지막으로 처리하고 언젠가는 들이닥칠 바이컨 무리에 죽임을 당할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마침 근처의 정규군 정찰대에 의해 구조되었다.
그리고 방금 전 자신의 소속인 UN한국기지에 자신이 소속된 팀이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했다는 것을 보고함과 동시에 UN베이징기지에 배치된 ANT팀과의 합류라는 본래의 임무의 달성했지만 팀 궤멸상태로 다음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고했다.
기지 지령실에서 돌아온 대답은 ‘대책을 세워 지시하기 전까지 대기하라.’였다.
그렇게 중국 정규군과 중국 공안이 사수하고 있는 베이징의 군사기지에서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지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대기명령을 받은 후 군용 간이의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다. 그녀로서는 이 기지에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ANT전용 기지도 아니었기에 적당히 쉴 만한 장소도 없다. 그냥 의자에 앉아서 새우잠을 자고, 이 기지의 정규군에게 부탁해 보급을 받아야 한다.
그녀가 입고 있는 ANT에서 보급 받은 S형 특수 전투복과 옆에 내려놓은 S형 특수배낭 그리고 그 배낭 양 옆에 매달린 그녀 전용의 어썰트 라이플과 안티 마테리얼 라이플을 보고는 기가 죽은 것인지 아니면 꺼려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 기지에서 근무하는 정규군이나 공안은 그녀에게 다가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ANT에 소속된 병사들은 자체 개발한 전투복과 전투배낭, 파우치를 사용하는데 그 재질부터 각 나라 정규군과 다르다.
우선 그녀가 입고 있는 S형 –지원병과 전용- 전투복은 카본섬유로 만들어져 충격흡수가 매우 뛰어나고 착용자로 하여금 움직임을 최대한 편하게 해준다. 그 카본섬유로 만들어진 슈트위에 여러 부위에 라이트티타늄을 덧대어 방탄의 효과가 뛰어나고 경험해 본 사람에 의해 수류탄에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대신 머리를 방어하는 것은 카본섬유로 되어있는 후드뿐이다.
고글에는 적외선을 이용한 야시경 기증과 열 감지 기능, 무전 발신자 표시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전투화 역시 카본섬유로 만들어져서 가볍고 튼튼하다.
S형 전투배낭은 고강도 플라스틱과 카본섬유로 만들어져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지만 은근히 내용물이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 배낭의 특수 기능은 그녀의 무기인 어썰트 라이플 하나와 안티 마테리얼 라이플을 좌, 우로 하나씩 장비할 수 있게 해주는 구속 장치가 그것이다.
위 아래로 설치되어있는 집게형태의 장치는 심하게 흔들려도 구속되어있는 물건이 흔들리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해준다.
이러한 장비들 때문에 ANT는 ‘장비만 특출한 오합지졸’이라는 취급을 받지만 UN의 명령에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정규군들이 작전으로 들어가기 꺼려하는 바이컨 무리의 한복판이나 방사능 수치가 높은 지역에 파견되어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장비만 특출한 오합지졸’이라고 대놓고 말 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리고 그녀 전용으로 커스텀 되어있는 어썰트 라이플과 안티 마테리얼 라이플 그리고 레그 홀스터에 들어있는 데저트 이글 커스텀, 허리 뒤쪽으로 장비하고 있는 전투용 대검. 이것이 그녀 혼자만의 장비와 무기다.
그런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지나다니는 정규군과 공안들 사이에 앉아서 대기를 명령받았으니 가시방석이 따로 없다.
“하아. 이제 어쩌면 좋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인 그녀.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인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리는 느낌에 고개를 든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얼굴은 전형적인 동양여성의 얼굴이지만 왠지 모르게 중국인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깨를 건드린 여성이 입을 연다.
“저, 혹시….”
그 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유창한 한국어.
“유엔코리아의 ANT세요?”
갑자기 귀에 들이닥친 한국어에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아, 네. 그렇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정복 칼라에 중위를 뜻하는 다이아 두개가 붙은 그녀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정말 반가워요. 이곳에서 우리나라 사람을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아, 네….”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가 내민 손을 맞잡자 가볍게 흔드는 여장교.
“저는 육군 중위 정민교라고 해요. 여기서 훈련메뉴 공유 회의가 있어서 왔는데 수송기 기지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 사흘째 발이 묶여 있어요.”
“유엔코리아 ANT소속 중사 신유민이라고 합니다, 중위님.”
유민의 말에 맞잡았던 손은 놓으며 웃는 여장교.
“어렵게 대하지 않으셔도 되요. 어차피 ANT와 정규군과는 명령체계가 다르니 서로 계급은 따지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러네요.”
민교 중위는 유민의 상태를 보고는 걱정스러운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전투의 흔적이 선명하네요. 어디 크게 다치지는 않았어요?”
“저한테 묻은 피는 제 것이 아니에요. 제 동료였던 자들의 피죠.”
유민의 말에 표정이 살짝 굳는 민교 중위.
“죄송해요. 제가 실례되는 말을….”
“아뇨, 괜찮아요. 제 동료들도 ANT에 자원한 이상 각오는 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는 유민의 민교 중위는 거리낌 없이 팔짱을 낀다. 그런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는 유민.
“아, 저, 저기. 정복이 더러워져요.”
“더러워지면 갈아입으면 되죠. 더러워진 옷은 세탁하면 되고요. 뭘 꾸물거려요, 어서 장비 챙기세요.”
민교 중위의 손길에 의해 떠밀린 곳은 이 곳 정규군의 여군 샤워장.
유민의 등을 떠밀면서 한 민교 중위의 말이 메아리친다.
“아무리 특수한 부대에 소속이고 힘든 일을 겪었다고 하지만 그대로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일단 따듯한 물에 샤워먼저 해요. 그 전투복은 같이 씻는 건가요? 하긴 특수 전투복이니 소유자가 잘 알겠죠. 그럼 어서 씻고 나와요. 내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돌풍같이 몰아치는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주위가 고요해졌다.
일단 그녀가 권한대로 씻기로 한다.
우선 전투복을 입은 상태로 샤워기를 틀었다. 그러자 샤워기에서 따듯한 물이 나왔고 그대로 물을 맞는다.
S형 전투복에 묻어있던 피들은 깨끗하게 씻겨 나갔고, 전투복이 깨끗해 진 것을 확인한 유민은 상체보호대를 풀고 카본섬유 슈트의 지퍼를 열어 전투복을 벗겨냈다.
ANT의 전투복은 몸에 딱 달라붙는 전투복인 관계로 속옷은 입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지퍼를 열고 슈트를 벗자 여러 전투를 겪은 병사의 피부치고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흰 살결이 드러난다.
적당히 부풀어 오른 가슴과 잘록한 허리가 여자라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었고, 훈련을 통해 붙은 근육이 오히려 더 여성스러움을 강조해주고 있다.
전투복을 옆 칸막이에 걸쳐두고 중국 땅에 발을 들인지 이틀만의 샤워다.
바이컨에게 당한 동료들이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가자 동료들의 명복을 잠시 빌어주고, 지금은 자신이 이렇게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유민이 샤워장에서 나오자 민교 중위의 부관으로 보이는 하사 한 명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임시로 민교 중위가 사무 겸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 방이다.
“깨끗하니 보기 좋네요.”
유민의 얼굴을 보고는 하던 사무를 두고 간이 책상에서 일어난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요. 일단 우리는 군인이기 이전에 여자니까요.”
민 중위는 유민에게 자리를 권했고, 유민이 의자에 앉자 전기 포트에 물을 올린다.
“참, 커피 좋아해요? 인스턴트커피이긴 하지만.”
“신세지고 있는 입장인데 따질 수 없지 않습니까.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여전히 딱딱한 유민에게 민 중위는 쓴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렇게 딱딱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니까요. 아, 참. 제가 여기에 있는 동안 유엔코리아 ANT중대의 연락은 이쪽에서 받기로 해 놨어요.”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자자, 서로 기분 좋게 하자고요. 타국에서 같은 나라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라며 말하는 민 중위가 내민 커피가 담긴 머그잔은 알맞게 달궈져서 따뜻하다.
“자, 잘 마실게요.”
유민의 반응이 맘에 들었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민교.
간만에 느끼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렸는지 커피를 마시고 난 유민은 소파에 앉아 이따금씩 졸기 시작한다.
“피곤하면 침대에 가서 자요. 마침 2층 침대를 혼자 독점하고 있었으니.”
“그럼 염치 불구하고 실례할게요.”
“그래요. 여기 있는 동안은 나랑 같은 방에서 지내요. 혼자면 심심하잖아요.”
유민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는 침대로 발을 끌며 걸어가는데 그 모습이 민 중위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갈아입을 의복은 없나요?”
민 중위의 질문에 2층 침대의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힘겹게 올라가며 대답하는 유민.
“저희는 장비가 기본적으로 좋은 것이라서 정규군 여러분들처럼 많은 의복이 지원 될 정도는 아니에요. 지금 입고 있는 전투복이 정복 겸 평상복 겸 전투복인 거죠. 훈련 받을 때만 다르고 그 이후에는 계속 이걸 입고 있었어요.”
“그럼 다른 보급품은….”
민 중위가 이렇게 물을 때는 이미 유민이 군용 모포를 덥고 침대에 누운 뒤였다.
“저처럼 작전에 들어간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보급품은 임무 중에 섭취할 수 있는 음식물과 탄환 그리고 장비에 사용되는 배터리 뿐 이예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치 전원버튼이 붙어있는 기계마냥 유민은 바로 잠이 들어버린다.
유민의 말에 민 중위는 당황스러움을 느끼며 2층 침대에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잠이 든 유민을 쳐다본다.
“개개인이 소대 급의 병력의 능률을 가지고 있는 병사들에게 지원되는 보급품이 단지 그것 뿐 이라니….”
너무 짜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공포심을 느끼는 민 중위. 어떤 훈련을 받았으면 그 만큼의 보급품만으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것 일까. 지금의 민 중위로써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